탐사자로는 가본 적 없지만 2번째 키퍼링을 마치고... 요모조모 생각한 것들을 다소 두서없이+편하게 적어내리는 글입니다... 트위터 후세터로 쓰려다가 길어져서 복붙해옴
이런 류의 시나리오는 도전하기가 어려웠는데 할수록 즐거운 시나리오예요...
2번 키퍼링을 진행했고, 둘 다 '큐브'가 아닌 각각 다른 NPC로 갔다
굳이 NPC를 바꾼 이유는 별 다른 건 없고 그냥 RP가 쉬운 타입으로 즐겁게 짬
시나리오의 기믹이나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엔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루트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함! 나는 키퍼링할 때 이것저것 떠먹여주는 편이고 탐사자가 조금이라도 헷갈려하면 막 불안해서 결국 쉬운 루트를 슬쩍 드미는데 나선붕괴는 일단 엔딩이 고정되지 않았고, 타이밍도 그냥 '아 이때다!' 하고 가져오면 되는 거라.... 탐사자가 '목적을 위해 헤매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ㅇ.ㅇ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하는 모니터 앞 사람의 혼란까지 함께 캐릭터의 혼란으로 혼재되는 느낌? 그래서 나선붕괴 키퍼링 잡기 전에는 꼭꼭 당부사항을 두는데(이건 그냥 내가 잔걱정이 많아서;)
1. 캐릭터는 자유롭게 짤 것
2. 무엇이든 할 것
3. 메타적인 목적(진상 목도, 사건의 해결)을 생각하지 말 것
이런 점을 당부할 수 있다는 게 좋음
이하 시나리오의 내용
NPC가 탐사자를 친애를 느끼기엔 단순히 벌레의 외견이라서, 감염자라서라는 이유론 부족할 것 같음. 내가 두 번째 키퍼링에 쓴 NPC가 스스로 밝힌 이름은 메이였고... 5월에 가족들이 다 죽어서 탐사자에게 일부러 그 이름을 불렀다는 내적 설정으로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NPC가 탐사자에게 일말의 친애라도 느낀다면 그건 곯고 곯은 외로움이 불러온 스톡홀름 신드름에나 가깝지 정상적인 정서 형성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사랑의 형태에는 제한이 없다지만 그것도 상황이 맞물려야 괜찮은 거지 적어도 내 두 명(ㅋ나선붕괴의 탐사자에게 이 '명'이라는 단위 써도 되는 건가?ㅋ)의 탐사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생각함! 사실 첫 탐사자는 순하고, 말 잘 듣는 아이여서 내 NPC도 제법 마음이 흔들리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지구아듀가 나서 if로나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탐사자가 좀 장난기도 있고 하고 싶은 걸 해버리는 타입 + 내 NPC는 새글새글 웃으면서도 쎄한 티를 감추지 않는 성격이라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탐사자가 제법 '친근한' 그러니까 인간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거기에 희망을 걸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함 (음 이건 근데 상황이 좀 극적으로 갔어서 탐사자나 NPC나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 실제로도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두 번 정도는 산치회복 굴렸던 듯 산치차감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게 함정이지만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작성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그렇게 느낌 나는 큐브를 굴리지 않고 그냥 자체 NPC를 굴렸는데, 내 두 번째 NPC는 탐사자가 과거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더 공포를 느꼈음 차라리 벌레라면 끝없이 미워할 수 있는데 혹여나 남아있다면?... 내가 자체적으로 쓴 스크립트에서는 특히 인간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갔는데... 나는 바이러스, 그러니까 벌레의 형태는 인간의 '악'을 그대로 나타낸다 싶었다 탐사자가 자신을 인간의 모습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자신의 내면에 잠든 악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함 그리고 나중에, 그 흉측한 꼴을 인지했을 때 자신의 본성을 자각했을 때 인간이라면 어떻게 대할 것인가....
메이: 죽이고, 죽여도 다시 살아나서, 어쩔 도리가 없어 나를 여기 처박은 것도 너무 멀죠?
바이러스에 기생된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했잖아…?
손가락은 이미 벌레의 갈퀴가 된 지 오래였어요.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면서, 지독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인간이 아니라면 이제는 무엇인 걸까요?
언노운: 그럼 나는 뭐야?
죽고, 재생되고, 다시 죽은 그 기억이 없어진 지금, 지금의 삶에서 당신은 무엇으로 남은 걸까요?
메이: ……언노운이길 바랐잖아요?
충분히 이뤘네요.
불필요한 정보의 생성 방지, 맞아요, 당신은 그것을 [육체] 차원에서 해냈을 뿐입니다. 모든 세포가 그 작용을 도왔지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언노운: ... ...
↑ 여담인데.. 이때 탐사자가 npc한테 마취제 투여해서 테이블에 묶어두고 대화하는 거라.. 원래 그래! 정답을 알아냈어! 이벤트를 내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ㅋㅋ 그럴 수 없어서 그냥 대화해줌... 곧 난리쳤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자신을 인간이라 믿었던 것은,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서의 아집이었을까요?
찢어진. 이지러진 공간을 목도하니 약간의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아요. ……그 틈새를 벌리고 빠져나오고 있는, 거대한 팔.
당신의 것과 같네요. 그것이 공간을 비집으며 나오기 시작합니다. ……. …….
베리얼: "... ...나오면 안돼... 들어가게 해줘..."
……. ……. ‘그것’은 머리를 내놓고, 당신에게 번들거리는 눈알을 굴리더니 다시 시선을 돌릴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지나온 문을 직시할 뿐입니다. 가리키고 있네요. 아니, 그런 것 같다, 고 당신이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베리얼: " ... ... 안돼... 저쪽으로 가도... 별로 좋을 거 없어. ... 너는 여기 있어야 돼. 나도... " @의사소통이 되는지 어떤지도 불확실하지만, 계속해서 속삭입니다.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처럼.
그 존재는 당신에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관여되지 않습니다.
으스스한 날개소리를 내며, 공간을 우그러뜨리는 거대한 몸체로 서서히 자신의 아이들을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첫 키퍼링에서는 이런 결과가 났는데(이후 찢어진 공간으로 들어감)
베리얼은..
하아..
베리얼은... 인간으로 남고 싶었던 것과 별개로, '나는 사람일 수 없다'고 좌절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어서? 인간이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베리얼이 유별나게 나약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게.... 거기서 새로 일어날 수 있는 건 정말 단단한 인간에게나 가능한 축복일 것이라... 여기서 NPC 빈도나 롤플을 많이 줄여둔 상태였는데 조금 더 롤플 비중을 늘였다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까 생각만 하고 있음
언노운: (감금실에 맞는 열쇠를 찾는다)
잘 들어맞는 열쇠를 찾았습니다. 열까?
언노운: (망설임 없이 연다)
열쇠를 꽂아넣었을 뿐인데도, 웅웅거리는 진동이 전해지고...
언노운: 안녕 친구들~
……문을 열어제낌과 동시에,
당신이 열었던 그 작은 틈새로 무수히 많은, 작은 벌레들이 빠져나옵니다.
벌레들은 날갯짓을 하며 창문을 깨고, 문 밖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어 다시 한번 세계로 날아갑니다. 당신의 인사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그저 그럴 뿐이라는 것처럼요.
세계는 다시 재앙을 맞을 거예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작은 벌레들이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방 한구석, 찢어진 공간을 마주합니다.
사건의 진상을 알았을 때, 내 첫 탐사자는 자신을 인간의 세계에게서 완전히 격리하기 위해 감금실의 문을 열고(벌레들이 빠져나온 건 그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음) 찢어진 공간으로 자신의 몸을 들였다 즉 고치로의 회귀...
두 번째 탐사자는 깨닫자마자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놓았고, 죽어버리라는 저주를 쏟는 NPC에게 자살을 종용하다, 기쁘게 감금실을 열어 세계의 종말을 앞당긴 다음, 기꺼이 '거대한 존재'를 따라 나섰다 그전에 NPC가 자살한 결말을 확인하고 갔는데 그때 산치체크는 잊은 게 아니라 일부러 안 했다 이성이란 인간의 몫이니까... 하지만 NPC까지 죽은 지금 인간은 아마 멸망할 텐데 이제 악을 악이라고 부를 존재도 사라지지 않을지w
스크립트를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음 언노운(두 번째 탐사자)은 인간이길 포기했고.... 내 NPC는 둘 다 자살했지만(ㅠㅠ) 다른 분들이 인류애 넘치는 결말을 봤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 질투나(젠장)
그런데 내가 자꾸 지구아듀 엔딩이 나는 건.. 역시.. 내 해석상 NPC가 탐사자에게 손쉽게 친애를 느낄 수 없어서가 가장 크다 생각함....
오피셜은 모르겠지만 NPC는 결국 여기 갇혀서 5년 내내 사람을 볼 수 없는 것도, 가족이 죽어야 했던 것도(이건 사실 탐사자보단 '벌레' 때문이지만), 홀로 남겨져야 했던 것도 전부 그 지긋지긋한 바이러스 → 로부터 이어지는 탐사자의 탓이라...
NPC의 자해설정을 살리면서도 나는 정말 죽이고 싶은 건 탐사자라 자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음 자살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선택인 것도 아니지만요 자살하기 싫어서, 가 아니라 '탐사자가 죽었으면 좋겠어'가 더 크기 때문에 라고 하면 좋을 듯....
아무튼... 단순히 '벌레인 게 반전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그것만을 위한, 충격적인 사실만을 도모한 기믹이라면 똑같은 시날 약속을 여섯 개나 잡진 않았겠지... 저 사실 앞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를 보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함 정말 좋은 시나리오예요...